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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 통합징수법

종종이 2007. 12. 27. 13:09

[사회]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대략 난감’

2007 12/25   뉴스메이커 755호

정부 법 통과 강행 방침에 노동계 총파업 저지투쟁 예고로 충돌 불가피

4대 사회보험 적용징수통합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0월 국회앞에서 '4대 사회보험 졸속 통합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민연금·건강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 4대 사회보험의 징수업무 통합을 골자로 하는 ‘사회보험료부과 등에 관한 법률’(일명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이 17대 국회 회기 내에 통과할 수 있을까. 17대 국회 회기를 3개월여 앞두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정부와 결사 저지를 다짐하고 있는 노조 측(4대 사회보험 적용징수통합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회보험제도의 개혁 필요성은 정부뿐 아니라 학계, 노조 등 유관 단체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으며, 이에 대한 논의도 계속돼왔다. 현행 4대 사회보험은 그동안 서로 연계 없이 도입해 업무 중복이 발생하고 있으며,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취약 계층 등을 중심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한 사회보험 운영기관의 보험료 적용 및 징수업무가 중복됨에 따라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1964년 산재보험을 도입한 이래, 건강보험(1977년), 국민연금(1988년), 고용보험(1995년)까지 순차적으로 4대보험을 도입해왔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시행하는 ‘완전노령연금제’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2008.7.) 등 사회보험 서비스 확대에 따른 신규 인력수요 증가에 따라 4대 사회보험 운영조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신당은 찬성, 한나라당은 미확정
정부는 이에 따라 국세청 산하에 가칭 사회보험료 징수공단을 설립해 각 보험공단 간의 중복 업무인 4대 보험의 적용 및 보험료 부과·징수업무를 통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회보험료 부과 등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발의했다. 1년여 동안 끌어오던 이 법안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1월 22일 논란 끝에 통과했다. 재경위를 통과함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이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하면 본회의에 상정, 표결처리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법안을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규정해 찬성당론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아직 당론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17대 국회의 남은 기간은 정부 예산안 처리 및 이라크 파병 연장결의가 예상되는 12월말 임시국회와 내년 2월 임시 국회 일정뿐이다. 정부는 대선과 삼성·BBK 특검법 처리가 일단락된 이후에 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반면 민노총과 한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4대 사회보험 적용징수통합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현재 국회와 대통합민주신당 당사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으며, 전국의 각 지부는 출근시간에 맞춰 국민들을 상대로 전단지 배포 등 선전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 법안이 본회에 상정되면 4개 노조 1만5000여 명 노조원이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와 노조가 이 법안을 놓고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측에서 주장하는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정부는 이 법이 시행되면 보험료 적용 및 징수 업무 통합으로 행정비용이 대폭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4개 기관에 있는 1만여 명의 징수 인력을 절반 정도로 감축하고, 남은 인력 50%는 완전 노령연금 도입 등 신규 서비스 업무에 배치할 예정이다. 완전 노령연금제도에는 370여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며 장기요양보험과 재활현장 서비스에는 각각 2200여 명, 500여 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의 사회보험적용·징수통합추진기획단은 “직원을 새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인원을 재배치하면 매년 3028억 원의 인건비·경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여기에다 사회보험료 통합고지로 연간 200여 억 원의 고지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에 대해 공동투쟁본부는 정부의 비용 절감 주장에 회의적이다. 공동투쟁본부는 “업무 표준화 작업이 미미한 상태에서 정부가 기존 징수 인원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며 “민원 상담, 전산입력 등 각종 기본 업무를 감안할 때 추후 체납정리 업무 등 업무량 증가에 대한 인력 충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투쟁본부는 현재도 각 사업장의 경우 4대 보험 정보연계센터 및 공단 지사를 통한 신고서 공통접수·처리시스템이 이미 구현되고 있어, 사회적 비용 절감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징수공단 설립 놓고도 팽팽한 대립
정부와 노조는 사회보험료 징수공단 설립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징수공단을 국세청 산하에 둠으로써 소득 자료를 공유해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비정규직, 일용직 근로자 등의 사회보험 가입 확대를 통한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징수공단 이외에 기존의 보험기관은 복지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정착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공동투쟁본부는 “(징수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재경부와 국세청이 산하기관을 늘리기 위한 조직 이기주의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만약 사회보험료 징수를 통합하면 징수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별도의 대책 없이 징수조직을 통합하면 건강보험료는 지금보다 10% 이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즉 사회보험금 징수율 하락→보험료 인상→대규모 민원 야기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 현재 건강보험 징수율은 직장의 경우 99.4%, 지역은 92%이며, 국민연금은 직장 99.1%, 지역 76.1% 이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각각 87.1%와 82.4%다. 예를 들어 징수율이 1% 하락하면 사회보험료도 1% 올려야 한다. 공동투쟁본부는 이와 함께 국세청 산하에 징수공단을 두고 사회보험료 징수업무를 맡기면 징수공단은 사회보험 채권추심관리 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징수공단은 사회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체납처분권 행사 및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 신용정보 제공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와 노조 측은 이에 따라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회보험적용·징수통합추진기획단 권오상 과장은 “조직의 변화에 대해 이해당사자가 전면적으로 찬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조도 사회보험의 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투쟁본부 김중삼 사무국장은 “정부는 사회보험을 통합하면 좋을 것이라는 일방적인 이데올로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노조 측의 입장은 현재의 법안을 폐기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는 차기정부에 가서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