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트센터

순천에 문화 씨앗 뿌리는 ‘호아트센터’ 최윤정 원장

종종이 2016. 11. 28. 14:19


광주일보

순천에 문화 씨앗 뿌리는 ‘호아트센터’ 최윤정 원장
클래식·미술로 받은 위로 시민과 나누고 싶어
장일범 클래식 강의·박영택 미술 강좌 등 개최
학부모 대학·예술인에 공연장 무료 대여도
피아노 서현일 등 하우스 콘서트 39차례 열어


유명 클래식 해설가 장일범씨는 매달 한차례 순천에서 클래식 강의를 갖는다. 방송 진행으로, 각종 강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순천까지 내려와서 강의를 하는 이유는 호아트센터 최윤정(43) 대표의 간곡한 요청이 있어서였다. 장씨는 29일부터 5개월간 ‘장일범의 클래식 세계도시 여행’을 주제로 강의한다.

대도시에서도 진행하기 어려운 강좌를 이끌어낸 최윤정 대표는 지금 문화예술 불모지 순천에 작은 ‘문화 씨앗’을 뿌리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인 최 대표는 대학시절 관현악반에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부에 빠져든 건 지인의 소개로 광주의 클래식 음악 감상실 ‘다락’에 다니면서부터다. 토요일 강좌에 등록한 그녀는 매주 다락을 빠짐 없이 찾았고, 클래식 강좌나 공연 등이 거의 없는 순천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언젠가 ‘다락’같은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처음 다락 강의를 듣고 너무 행복했어요. 예전에도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클래식의 흐름을 한번에 알 수 있어 흥미가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제 자신이 힐링됐고 위로가 됐어요. 순천에서도 이런 강의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늘 생각했죠.”
좀 더 나이 들면 공간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은 인척이 지은 아이미코병원 건물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병원 6층에 120석 규모의 공연장과 갤러리를 갖춘 호아트센터를 열었다. 처음에는 한달에 두번씩 점심 시간에 최대표가 무료로 클래식 강의를 진행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1년 넘게‘오페라 강좌’를 진행중인 소프라노 유형민, 피아노 토크를 운영한 피아니스트 조현영, 다락 김명선 대표 등 ‘다락’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초창기 그녀와 함께 꿈을 꾸고, 그녀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이들이다.
최대표는 기획과 홍보 등을 도맡고 있다. 자신이 들어보고 좋았던 강좌의 강연자들에게 끊임없이 메일을 보내고 직접 만나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초등학생 아들과 아파트를 돌며 홍보 전단지를 붙이는 것도 그녀의 일 중 하나다.
최대표는 지난 1월에는 처음으로 미술 강좌도 진행했다. 첫 강사는 박영택 경기대 교수였다. “지방에서도 선생님 강의를 꼭 듣고 싶다”는 메일을 수차례 보내 허락을 받았고 1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수강생들의 열정에 감동한 박교수는 내년 여름 강의도 약속했다.
내년 1월부터 5개월간 ‘인상주의에서 팝아트까지’를 주제로 강연하는 양은희(건국대 연구교수)씨 강좌는 최대표가 여수 예울마루에서 직접 강의를 듣고 요청해 이뤄졌다. 장일범씨는 통영음악제에서 우연히 만나 끈질기게 섭외를 했다.
초창기부터 진행된 프로그램은 ‘클래식 교실’이다. 대표가 첫째주에 ‘최윤정의 클래식 아카데미’, 유형민씨가 ‘오페라 교실’(둘째·셋째주)을 진행한다.
오전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우와한 예술학교’를 열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은혜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쇼생크 탈출’ 등 영화로 입문하는 클래식 강좌다. 두 강좌 모두 12강좌에 수강료는 6만원으로 저렴하다
하우스 콘서트도 지금까지 39차례나 진행했다. 지방 중소도시 아트홀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초창기에는 욕심이 많아 한달에 2∼3번씩 진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주자를 엄선해 1∼2개월에 한 팀 정도 공연을 열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종만의 렉쳐 콘서트와 서현일의 베토벤 피아노 전곡 연주회 등이 열렸고 지난 26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재홍, 피아니스트 정연하 초청 연주회가 진행됐다. 그밖에 화요일 오전에는 ‘호아트센터 학부모 대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무료 영화 상영회도 열고 있다. 또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공연장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갤러리 역시 미술 전문가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의욕은 높지만 운영은 여전히 힘들다. 하우스 콘서트 티켓을 유료 판매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초창기에는 무료 관객을 초청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악순환을 끊었다. 강좌와 연주회 운영 적자는 사비로 메워가며 고군분투중이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을 만나서 행복했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서두르지 않으려고 해요. 천천히 길게 가자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과 회원모집에 조바심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은 강사와 좋은 연주자를 모셔오면 분명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의 힘을 믿거든요. 아들이 오페라 강의를 듣고 변하는 게 보이니까요. 오페라 교실에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1년반 정도 다니는데 너무 즐거워해요. 문화예술 강좌가 가족끼리 소통하고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순천 시민들은 행복한 문화 세례를 받는 중이다. 호아트센터(cafe.daum.net/artho) 문의 010-8799-4048.
/순천=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