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박사 "보장성 확보 후 기금화 논의" 바람직
앞으로 건강보험재정이 기금으로 전환하면 일반회계예산에 압박을 주는 건보 국고지원금이 감축되고, 국고부족분을 보험료인상으로 메꾸려는 압력이 예상돼 결과적으로 의료보장의 사각지대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따라서 총액예산제와 같은 재정통제기전이 마련되면서 기금 전환을 논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특히 참여정부가 표방한 건보 보장성 70%를 확보('08년 목표)하기까지 현행 재정운용 틀을 유지토록 하고, 보장성이 확보된 뒤 기금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연구경영혁신본부장(박사)이 작년에 수행한 '건보제도 발전과 기금화의 상관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일각에서 정부의 통합재정범위 밖에 있는 건강보험을 기금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런 목소리는 제도의 합목적성과 재정운영투명성, 민주성, 전문성·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박사는 건보재정건전화특별법상 국고지원(금년말 만료)이 건보 재정정상화와 보장성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며, 이 특별법이 올해 이후로 연장되지 않는 한 건보제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재원조달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건보제도의 재정 및 관리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보험자 자율운영원칙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것인지, 혹은 질병위험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원칙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관련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향후 건보재정이 기금으로 전환하면 보험료 인상이 초래돼 지역가입자의 저항이 거세지고 이에 따라 보험료체납자가 양산돼 결과적으로 의료보장의 사각지대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박사는 따라서 건보제도 운영의 원리는 질병위험으로부터 보장하기 위한 '가입자(국민)-보험자-공급자'간 계약이 핵심이므로 정부의 개입보다는 사회적 계약과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또한 기획예산처가 국가재정 틀 속에 건강보험사업을 심의하는 것이 국가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입자대표들이 투명한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메카니즘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예산처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의 정책방향에 따라 재정범위를 펀드단위에서 기관단위로 전환하는 경우, 건보재정은 기금으로 전환하지 않고도 통합재정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박사는 이어 건보재정을 국회에서 최종적인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국가재정의 민주적 운영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가입자·공급자대표가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가 예산처의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의하는 기구로 전락할 경우 제도운영의 민주성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이 미래의 국민부담을 압박하는 대표적인 사업이기는 하지만, 누가 건보재정 지출을 잘 관리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늘어나는 국고부담금을 줄이는 데 가장 큰 관심이 있으며, 진료비를 절감해 국민부담을 줄이는 복잡한 메카니즘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울러 건보재정에 대한 심의가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면 건보와 관련된 이해집단들의 로비가 심화돼 왜곡된 결정으로 흐를 우려가 있고, 특히 건정심의 결정사항을 국회에서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이밖에 기금으로 전환돼 기금예산에 대한 심의가 예산처에서 이뤄질 때 복잡한 의료서비스 시장의 특성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에 의해 예산심의가 잘못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