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와서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새로운 구호가 외쳐지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시혜적 복지보다 능동적 복지를 추구하겠다는 말이 그것이다. 소외시키거나 도태시켜 놓고 알량하게 연명할 것을 대어주는 것보다는 열심히 일해서 정당하게 먹고살 생업이 확보되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물론 그러지 못 한 노무현 정부도 그러고 싶지 않아서 못 그랬던 것은 아니다. 세계화 질서 속에서는 빈익빈 부익부가 저절로 심화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는 세계화도 추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폭넓게 잘 사는 구조도 만들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니 미심쩍은대로 한번 기대해보자.
그런데 의료산업화를 추진하여 의료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무언가. 과연 이 시장이 확대되면 국민에게 좋은 것인가?
이 시장은 시방 우리나라 GDP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은 이 시장을 일본처럼 GDP의 8%나 유럽처럼 10% 혹은 미국처럼 15%가 넘는 크기로 확대하자는 것일텐데 그렇게 시장이 커지면 국민에게 매우 좋은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잘 모르지만 커지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하는 맹목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는 미국의 의료시장이 착란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이라는 존스홉킨스 병원이나 메이요 클리닉 같은 곳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보면 우리도 저렇게 휘황찬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존스홉킨스 병원의 하루 입원료가 1,000-1,200달러 정도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열흘 입원하면 병실료만 1천만원이 후딱 넘는다. 다른 진료비는 훨씬 더 비싸니 웬만한 병 하나 치료하자면 수천만원은 기본이고 억도 많은 돈이 아니다.
그 어마어마한 돈을 대어주고 있는 것이 민간보험이다. 그러니 그것이 부러운 한국인들이 나서서 의료산업화를 하자 그리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자고 소리를 지른다.
도대체 의료시장이 6.4%에서 두 배로 늘어 12.8%가 되면 좋은 것인가? 보험료나 국고를 역시 두 배로 댈 각오가 되어 있는가?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보험료나 국고는 대충 이 정도 선으로 하여 영 없는 사람들의 의료보장 비용으로 쓰되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민간시장에 참여하게 하여 이 불어난 의료시장에서 멋지게 헤엄을 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있는 사람 있는 데로 길이 보전하는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세상일까?
커져서 좋은 시장이 있고 커지지 않아야 할 시장이 있다. 의료시장은 무한정 작아질 수는 없지만 국민의 건강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작을수록 좋은 것이다.
미국처럼 의료시장이 암덩어리처럼 커지는 것은 사회적, 국가적 불건강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료가 아무리 첨단을 달려도 사람은 늙으면 결국 죽는다. 존스홉킨스가 죽어야할 인간존재의 운명(mortality)에서 단 한 명도 벗어나게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시방 죽음을 가지고 인류를 위협하면서 돈을 긁어모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BMS사는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을 한 알에 69,135원을 받아야겠다고 우리 공단에 공갈을 치고 있다. 사든지 싫으면 죽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돈이 모든 것의 기준인 사회, 돈밖에 모르는 사회가 미국이고 시방 우리 대한민국은 그 사회를 열심히 추종하겠다고 영어몰입교육까지 충성스럽게 선언해 놓은 상태다.
정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돈의 신화, 성장의 신화만으로 한 국가가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달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가서 "이게 아닌데..." 하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른 것은 다 좋다. 그러나 의료, 교육, 농업, 민족문제 등 국민적 삶의 가장 기초적인 분야에 걸쳐서는 제발 미국만 허둥지둥 따라가지 말고 나름대로 단단한 철학을 가지고 줏대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던 단순한 철학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료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리고 이제 그들이 댓가를 치룰 차례지".....무섭습니다..우리 얘기가 될지 모릅니다. (0) | 2008.04.08 |
---|---|
[스크랩] 무심한 사람들..무심타 너무나 무심타 (0) | 2008.04.08 |
[스크랩] 새 정부에서 의료는 돈이다 (0) | 2008.03.18 |
[스크랩] 금년 영리의료법인·민간의료보험 도입 (0) | 2008.03.11 |
[스크랩]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 (0) | 2008.02.13 |